The Diary2012. 3. 30. 14:32

 

연애시대의 마지막 장면

공원에서 딸과 놀아주는 아빠 감우성, 만삭의 몸으로 봄바람에 졸리운 아내 손예진~

이 장면이 내가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컷이었다.

 

이 이미지컷 하나를 들고 나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졌다.

이 마지막 장면에 나온 딸아이의 아빠여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에 의해 나는 운 좋게도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과 육아는 단순하게 저 이미지 컷이 아니었다.

저 이미지 뒤에 숨은 것들, 아픔, 분노, 슬픔, 고통....

물론 힘든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미지의 결과만 보고 과정 상의 어려움들을 간과했었다.

 

모든 건 그냥 되는 것이 없다.

결혼을 하고,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싸우고, 또 화해하고, 

때론 눈물이 나오고, 때론 미친듯이 웃으면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 갔다.

아이가 태어나고, 잠을 자지 못하고, 우유를 먹이고, 똥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고,

아이의 잠자는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되어 갔다.

 

최근 아린이는 돌을 지나면서 이쁜 짓을 많이 한다.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을 추고, 밥먹기 전에 기도를 하고, 우리 말에도 모든 반응을 한다.

장인어른, 장모님, 아빠, 엄마, 이모, 삼촌의 사랑 속에서 아린이는 아주 이쁜 아이로 잘 자라고 있다.

이 에너제틱한 아이는 아직도 잠 자는 데 속을 썩이지만,

아린이의 웃는 얼굴만큼 이 세상에서 나에게 더 큰 행복을 주는 것은 지금 없다.

 

기나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그리고 나의 결혼생활에도 봄이 찾아 왔다.

이제 연애시대의 마지막 장면을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들이를 가자. 푸른 잔디밭에 누워 아내와 딸과 즐거운 시간을 갖자.

 

마지막으로 연애시대 마지막 나레이션에 격하게 공감하며 조증이 생기는 금요일을 오전을 마무리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제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닳아하면서,

무엇보다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고통으로 채워진 이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 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 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 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를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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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적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