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ary2012. 5. 20. 17:10

아린이가 많이 아프다

금요일부터 열나고 기침하더니 목이 심하게 부었는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쉰 소리를 낸다.

뭐라고 말은 하는데 자체 음소거 처럼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어제 밤에는 가래를 뱉지 못하고 기침을 계속 해서 30분마다 깼다 잤다를 반복했다.

 

오늘 교회 다녀와 아린이를 데리고 아내와 같이 병원을 갔다.

아린이를 데리고는 오랜만에 병원을 찾았다. 주로 장모님과 아내가 같이 갔었다.

병원에 가니 수납하고 보조하는 간호원 언니들이 아린이를 잘 알고 있었다.

워낙에 감기를 달고 살아 자주 오기도 하고 그래서 아린이도 이제 병원이 낯설지 않은가 보다.

 

아린이는 귀에 손을 대고 온도를 재 달라는 쉬늉을 한다. 언니가 와서 아린이와 인사하고

귀체온기로 온도를 잰다. 참 똑똑한 녀석..자기가 왜 여기 오고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 안다.

 

순서를 기다려서 의사선생님이 계신 진료실에 들어갔다.

난 이제 아린이가 바로 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그런데 아린이는 울지 않는다. 선생님이 청진기를 몸에 데고 귀에 검사기를 넣는데도 아린이는 울지 않는다.

과거에 앉자마자 울던 아린이의 모습은 사라졌다.

귀를 확인하던 차 귓밥이 너무 많아 선생님이 귓밥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뾰족한 검사기로 아린이 귀에

데고 귓밥을 빼는 작업이었는데, 아린이는 눈을 찡그리며 참고 있었다.

아 정말 깜짝 놀랐다. 아린이가 참는구나. 아픈 것을 참는구나.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안타깝기도 하고, 벌써 저렇게 컸나. 하는 생각..

 

아린이가 돌도 안지나 어렸을 때 새벽에 열이나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x레이 검사를 한적이 있었다. 나는 그 조그마한 아기를 모두 발가 벗기고

사진을 찍기 위해 차가운 검사장비 위에 아린이를 눕히고 움직이지 못하게, 나와 선생님이 아린이를 대자로 하여

위아래로 잡았었다. 아린이는 미친 듯이 울었고 그 광경을 보아야 했더 나는 너무 끔찍했다.

아이가 얼마나 공포감에 휩싸였을 지 상상이 가고, 다시는 그 역할을 내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린이는 의사선생님 앞에서도 떳떳하게 진료를 받고,

아픈 과정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너무 오바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제 녀석이 사회를 나가면서, 세상을 알아가면서

그렇게 참아야 하는 것이 계속해서 생기고, 참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고 싫었다.

 

아린이는 진료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간호선생님에게 처방전을 받고 안녕하며 다시 약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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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적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