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ary2013. 3. 29. 08:42

아린이

아린이에게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우선순위는 아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최우선 순위가 있으면 후순위는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

있으나 마나한 존재..그게 아린이의 우선순위다..

 

집에서 당연 할머니이다. 그리고 그 뒤로 바짝 엄마가 따라온다.

나는 엄마가 격차가 상당이 나지만 그래도 집에선 처제와 할아버지를 제치고 당연 랭킹 3위다.

 

할머니와 엄마가 있으면 아린이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그 두분이 없다면 아린이는 나를 최우선순위로 보고 얘기도 하고 말도 걸어준다.

물론 이 우선순위는 아린이와 함께 한 절대적 시간에 정확히 비례해서 순위화 된다.

 

어제 모처럼 시간이 되어 어린이집에 아린이를 찾으러 갔다. 할머니 대신에 내가 간다고 하고

아린이를 맞으러 갔다. 할머니와 같이 가면 내 우선순위를 뺏기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문을 두드리고 '아린아. 아빠 왔다. 집에 가자' 했다.

아린이는 나를 보고 놀라고 즐거워하며 선생님에게 아빠가 자기를 데리고 왔다고 자랑을 했다

아린이 친구 연서와 서연이는 옆에서 나와 아린이를 번갈아 보며 부러워 하는 눈치였고.

몬가 뿌듯한 느낌.

아린이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을 나서는 기분과 발걸음 아주 상쾌했다.

쫑알쫑알 아린이는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아빠 새가 날아다닌다.' '이빠 우리 어디가?' '아빠 연서랑 서연이랑 잘 놀았어'

'아빠 할머니는 안왔네. 엄마는 어딨어?' '아빠 록이버스 타고 갈거야?'

나에게 이런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이 있음에 갑자기 마음이 울컥 한다

만 3개월부터 지금까지 이 어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엄마, 아빠 없음에도 잘 다녀주고 있음에

감사하고 왠지 미안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다정히 버스를 탔고 전세를 낸 마냥 이야기하고 노래 부르며 집에 왔다.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모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ㅋ

 

하지만 나의 이 영광스러운 시간도 잠시다.

할머니가 오고, 집에서 버블버블 애니를 보는 아린이는 내가 곁에 가서 장난치려 하면

아주 귀찮아 하며 '아빠 저리가' 라고 화내며 나를 밀어낸다.ㅠ

 

우선순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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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적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