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ary

김제동,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

무적미소 2010. 9. 13. 11:25


2010년 9월 11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있었다.
와이프랑 손잡고 오랜만에 모교를 찾아서 강연을 들었다. 오래만에 보는 모교는 편안했지만 워낙에 공부한 기억밖에 없는지라 ^^;
별다른 추억거리가 떠오르지는 않더라. 사실 모교지만 평화의 전당 내부는 오늘 처음 들어가 보았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그 곳을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를 하고 저걸 학생들을 위해 쓰지 않고 콘서트나 시상식에 써서 사실 학교측에 불만이 좀 있었다.
아무튼 ... 주제는 그게 아니니까

강연회는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로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대안적 일자리'를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근데 내가 애기하고자 하는 건 메인테마가 아니라 오프닝 강연을 한 김제동님에 대해서다. 제동님을 실물로 2번째 보는 건데
옛날 윤도현의 러브레터 참석할때 제동님이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때 한번 보고 이번이 두번째 였다.

그 때 본 제동님과 오늘 혼자 강연을 했던 제동님은 많이 달라보였다. 그 동안의 아픔과 고생이 묻어나서 였을까
그날 3분의 강연자 중 가장 인상이 깊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워낙에 말솜씨도 좋은데다가 그 간의 경험을 토대로 나오는 사회를 향한 쓴소리와 현실의 부조리, 그리고 그 세상에서 살아야
하고 또 꿈도 꾸워야 하는 우리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책임감,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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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레크레이션 교수님한테 가서 F를 달라 그랬다. 관광 영어선생님한테도 가서 F를 달라 그랬다. 그리고 제가 두 분 손을 잡고, 학교 앞 술집에 갔다. 그 술집이름이 올F였다. 그 술집에 올F 성적표를 가지고 가면 석 달간 술을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과감히 스펙을 제거할 수 있는 것,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과감히 남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렇게 뭉개버릴 수 있는 것, 필요하다. 그래야 웃고 살 수 있다."

"예, 그렇죠. 공채가 아니죠. 특채. (한숨을 쉬며) 자, 그만합니다. 별 거를 가지고 다 좌파라 해가지고. 제가 강의할 때 왼쪽을 많이 보면 좌파다. 오른쪽 많이 보면 우파고. 스님한테 좌파라 그러면 안 되죠. 스님이 머리를 왼쪽만 밀면 좌파다. 다 밀면 중도죠. 좌면 어떻고 우면 어떤가. 이승엽 선수가 왼쪽 타석에 들어서면 좌파인가. 별 희한한 소리를 다 한다." 
 

"국무총리 되기 쉽나. 쉽지 않다. 카드도 한~푼도 안 써야 되고, 아내 어디 가면 차 대줘야 하고 그거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나 이렇게 관용차 내줄 수 있는 것 아니다. 노력하면 될 수 있을 것 같나. 절대 아니다. 싫으면 못한다. 집에 공무원 불러서 청소시킬 수 있을 것 같나. 쉬운 일 아니다. 정말 대단한 마음가짐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접어라. 자기 방 청소를 자기가 하는 사람은 국무총리가 될 수 없다."

"얼마 전에 신문기사 보니까 경비아저씨가 배가 좀 나왔다고, 아파트 품격 떨어뜨린다고 주민들이 해고했다. 그럼 그 아파트에 사는 배 나온 주민들은 다 나가야죠. 그것이 공정한 사회다. 나의 잣대를 남에게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목소리 바꾸며) '나에게 잣대를 들이대지마, 난 필요없어'."


"아이들이 국무총리 하고 싶다 그러면 때려야 한다. 그 힘들고 험한 길을 왜. 아이들이 국회의원 된다고 그러면 물어봐야 한다. 너 거짓말 잘해? (목소리 바꾸며) '거짓말 잘 못하는데요'. 그러면 안 돼! 넌 안 돼! 꿈 접어, 꿈 접어! 대통령 되고 싶은데요? 너 검찰하고 친해? (목소리 바꾸며) '아니요'. 안 돼! 너 잘못하면 큰일 나, 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해라,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스펙들을 과감히 버리고 앞으로 뛰쳐나가라' 이렇게 이야기하기에는 채무감과 죄의식이 너무 강하다.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거 안다. 솔직히 인정해야한다. 그래서 미안하다. 지금 여러분들에게 '술집에서 공짜 술 먹으라고 올F성적표 받으십시오, 여러분 젊지 않습니까' 이 따위 얘기, 정치인들에게나 들어라. 열심히 스펙 쌓아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죄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루만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웃을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거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을 일 년에 3일 이상해라. 그림 그리는 거면 그림 그리는 거, 술 먹는 거면 술 먹는 거. 마음 같아서는 '평생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다, 안다.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은 꿈을 단 3일 만이라도 꾸면 좋겠다. 7살짜리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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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사회의 현실을 알기에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하라고 말할수 없어서 미안하다라는 말...이 대목에서 참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팠다. 
그러니까 그럼 단 하루라도,  3일만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라는 말에 난 더 슬퍼졌다. 
..
2년 반후 그를 '김제동쇼' 에서 새롭게 볼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