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ble2012. 7. 15. 19:00

 

예전에 신입사원 교육에 팀장님을 대신해 들어간 적이 있다.

회사 및 팀 소개를 하는 시간인데, 전반적인 회사 사업에 대한 설명과 우리 팀의 업무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겪을 회사 생활에 대한 신입사원으로서의 자세, 선배로서의 조언 등을 하였다.

그 때 난, 신입사원 중에 종교가 기독교인 친구가 있는지 묻고, 종교가 없는 친구들을 위해

내가 신앙을 갖게 되면서 변화하게 된 것들,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 가져야 할 덕목 중에서도

'손해볼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강조했다.

 

그리고 교육을 끝내고 나와서는 내가 너무 오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시간을 더 들여 신입사원들에게 민감한 종교 얘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들이 날 신앙에 빠진 고리타분 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난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회사생활의 선배로서 겪어왔던 길들을 이 신입사원들도 걸을 것이고, 거기서 힘들고, 지치고, 혼란스러울 때가 반드시 올 것이고, 그런 때에 오늘 내가 한 말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지금은 이해가 안될지 몰라도 언젠가 저들 중 누구 하나라도 머리 속을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길 바라면서..말이다.

 

최근 해외 학부생 인턴십이라 해서 6주 동안 우리 회사에 일하게 된 친구들이 있다.

우리 팀에도 2명이 왔는데 홍콩대학교 다니는 여자 인턴과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 다니는 남자 인턴 이렇게 2명이다.

이 두 친구는 모두 내년 5월에 졸업을 하는데 졸업 전에 이렇게 인턴과정으로 회사 생활을 미리 실습(?)해 본다.

안그래도 나와 팀장으로 단촐하게 이루어진 우리 팀에 이렇게 글로벌 핫 영 인턴들이 와서 나는 너무 기뻤다.

우리 팀에 배치받은 첫 날 두 친구에게 종교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가장 처음 한 질문이기도 했고, 나는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궁금했다. 두 친구 모두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종교 이야기도 하였다.

홍콩대학교를 다니는 여자 인턴은 집안 환경이나 친구 관계에서나 쉽게 기독교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고,

일리노이 대학교를 다니는 남자 인턴은 중/고등학교 모두 기독교가 친숙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환경이었지만 교회를 열심히 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나약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아직 젊고 무언가 스스로 열심히 해서 성취감을 얻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최근 교회에서 고린도전서 설교를 들으면서, 내가 왜 내 후배들의 종교와 삶에 관심을 가지는 지, 그리고 내가 왜 교회를 다니는 가 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알다시피, 지금의 내 아내와의 만남이 내 교회생활을 출발점이었고, 그 이후에 꾸준한 예배와 모임, 그리고 삶속에서 느꼈던

스스로의 고민들을 나는 지금의 교회를 다니면서 이해하기 시작했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도, 성경의 말씀이 옳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 군대에서 진중세례를 받았지만, 내 스스로 생각과 고민 속에서 진정성 있는 세례를 받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내 딸에게 온전히 세례받은 부모 밑에서 결핍되지 않는 유아세례를 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세례 전 학습교인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도 이렇게 흔들리고 연약하고 죄로 뒤덮힌 내가 감히 세례받을 자격이 있는가 였고,

세례일 전까지도 마음 가득 무거운 짐을 진 것처럼 답답했다.

그 무거움 속에는 여전히 죄 많은 나와 더불어 내 믿음의 확신 정도가 어디까지냐 였다..

 

설교 말씀처럼 내가 지금까지 지나온 길들, 일요일 아침을 투자하며, 나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나의 후배들의 삶 속에 하나님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모두가...

성경의 말씀이 거짓이고,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예수님의 부활이 사기라면, 나는 정말 허무한 삶을 산 사람이 된다..

모르겠다. 그래도 건강하고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살려고 애쓴 시간으로 보아 반쪽이라도 건질 수 있겠냐고 위로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 시간만큼 비효율적인 인생을 산 것이다.

말씀처럼 좋은 집안에 뛰어난 능력도 있어 남부러울 것 없이 즐기고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죽는 삶을 선택했던 사도 바울은... 기독교가 사기라면 역사상 가장 불운한 바보가 된다.

 

기독교가 사기라면, 지금 이 세상에서 돈과 권세 앞에 떵떵거리며 사는 그들 모두가 가장 성공한 삶을 산 사람들이겠다.

아랫사람을 짓밟고, 부속품 처럼 여기며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과, 거짓말을 일삼고, 남의 것을 강탈하며 가진 것을 향휴하며 즐기 줄 아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고 효율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겠다. 

 

기독교라는 종교 없이도 깨끗하게 도덕적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노력 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사람 안의 양심과 도덕성 - 이 것 역시 쉽게 흔들리는 것임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믿기에 보이는 것을 믿는 사람에겐 구차한 설명이 될 수도 있겠다. 나 역시 그랬던 사람이기에..

그리고 지금도 그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두렵지만, 분명한 건 보이는 것을 믿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하나님에게 의지하고자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성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더 욕심내지 않기 위해,  더 손해보는 삶을 위해, 자꾸 자꾸 튀어나오려 하는 내 죄성을 죽이기 위해 교회를 간다.

내가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지를 깨닫기 위해, 내가 얼마나 더러운 육신을 가진 부족한 인간인지를 깨닫기 위해 교회를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죄를 대신하신 예수님께 감사하기 위해 교회를 간다. 

 

 

2012.07.15

 

 

 

 

Posted by 무적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