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앞서 해외 선진 국가들의 추진 상황을 살펴보자.
미국은 우리나라와 더불어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노후 설비에 대한 교체 필요성에서 스마트 그리드 논의가 본격화됐다. 송배전망에 대한 투자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집중됐고, 이후 민영회사들이 투자를 유보하면서 설비가 노후화됐다. 송배전단에서의 전력 손실률이 1970년대에는 5% 수준이었던 것이 현재는 7% 수준으로 증가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빈번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고 나서 2003년에 에너지부(DOE)가 내놓은 2030년까지의 전력 인프라 발전 계획인 ‘Grid2030’이 논의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2007년에 에너지부가 제정한 ‘에너지 자립 및 안보법(Energy Independence and Security Act)’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명시하여, 2020년까지 국가 송배전망 고도화, 수용가 전력사용 효율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설비 투자시 연방정부가 20%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스마트 그리드를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 정책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기부양책(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에 포함된 내용을 보면, 스마트 그리드 개발 프로젝트에 11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 이외에도, 첨단 에너지 설비 투자 세액 공제 23억달러, 에너지 효율화 및 신재생 에너지 연구 25억달러,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대출 60 억달러 등이 관련돼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스마트 그리드의 인프라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는 세계 전력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은 전기를 발명한 종주국이지만, 전력 산업의 주도권을 유럽에 빼앗긴 상태이다.
세계 중전기 시장은 ABB, Siemens, Areva, Schneider 등 유럽 4사가 80%를 장악하고 있고, 미국은 GE 정도가 맞서고 있다. 초고압 케이블 시장도 다르지 않아서 Nexans, Prysmian, ABB 등 유럽 업체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 업체로는 General Cable 정도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특히 송전 분야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의 시장 질서를 뒤엎고, 배전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자는 것인 만큼, 유럽에 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정부의 지원 아래 민간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Xcel Energy사는 콜로라도 Boulder시에 스마트 그리드 시티를 구축했다. 1차로 1만 5천가구에 스마트 미터를 공급했고, 추가로 3만 5천가구에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 내 스마트 미터 보급률은 4.5% 수준인데, 오바마 정부는 4천만대의 스마트 미터 구축을 요구한 상황이다. Itron, Landis+Gyr, Sensus, Elster 등의 업체가 초기 스마트 미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외에 최근에는 Google이 GE와 제휴하고, Microsoft가 Alstom과 제휴하는 등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스마트 그리드 시장에 진입하려 하고 있고, IBM, Cisco 등 IT 업체들도 시장 참여를 선언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확산에 가장 적극적이다. 유럽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는 신재생 에너지 등 고효율 저탄소 분산형 전원의 보급 확대, 환경 보전, EU 국가간 전력 거래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연성 부분도 강조되고 있다.
유럽은 EU 집행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005년에 사업 추진 조직을 구축하여 유럽형 스마트 그리드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EU는 2022년까지 전 건물의 80%를 스마트 그리드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은 2020년까지 70억파운드를 투입해 전 가정에 스마트 미터를 설치하는 계획을 밝혔다.
네덜란드는 인공섬을 조성하여 조력, 태양광,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다만, 민간 업체들의 이해관계와는 일부 상충될 수 있다. 유럽 중전기 업체들은 선진국의 송전망 교체 주기를 맞아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스마트 그리드의 구축과 함께 송전 분야 중심의 확고한 시장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유럽 업체들은 송전망 교체 특수를 충분히 누리면서 수세적 입장에서 스마트 그리드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가장 적극적이다. 저탄소 녹색 성장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완료하는 동시에 수출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는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국토가 좁고, 초고속 인터넷망이 가장 발달해 있으며, 단일 송배전 회사 체제를 가지고 있다. 한전이 경쟁 체제를 수용하고, 스마트 그리드 체제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자 하면,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미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전력망이 10개 지역망으로 나뉘고, 3,300개 이상의 전력 회사가 참여하고 있어 이해 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Boulder시에 구축된 시범 도시는 통신망이 느리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중전기 분야의 기술력이 유럽,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고, IT와 통신 분야 기술력은 가장 앞서 있다는 자신감이 결부되어 있다.
스마트 그리드 사업 추진 일정을 살펴 보자.
2004년부터 추진된 전력IT 정책이 현재 스마트 그리드의 모태가 되고 있다. 이후 2008년에 그린 에너지 산업 발전 전략으로 확대 개편되어 15대 유망 분야에 선정되었으며, 올해 3월에 지식경제부 주도로 지능형 전력망 구축 추진위원회가 공식 발족하면서 Roadmap이 수립되고 있는 단계이다.
먼저 올해 일정을 보면,
▶6월에 통합실증단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미 제주시가 낙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는 독립 전력망을 보유하고 있고, 관광 단지로 전력 수요가 풍부해 실증 결과치를 얻기 용이하며,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단지가 다수 분포해 있는 등 최적의 여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증단지 조성 사업의 대상 가구 수는 3,000호이고, 2013년까지 8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6월에는 미국과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그리드 관련 포괄적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기는 6월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한미간 녹색 성장 사업의 첫 협력 사례가 스마트 그리드가 된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의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정부간 MOU 체결에 신중한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한국의 IT 기술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월에는 Roadmap이 최종 확정되어 발표될 것이다.
Roadmap은 지능형 전력망 촉진법(안), 실시간 전기요금제 도입 방안 등을 담은 법·제도적 지원체계, 기술개발 지원체계, 국제협력 체계, 단계적·체계적 보급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8월까지 분과별 Roadmap 초안이 완성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아파트 8,000호를 대상으로 전력 효율화를 위한 스마트 계량 시스템 보급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이상의 일정을 보면, 올해 내내 스마트 그리드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고, 주식 시장에서도 우호적인 시각이 확산될 것이다.
Roadmap이 수립되고 나면, 2011년에 시범도시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단계적으로 전국으로 확산되어, 2020년에는 소비자측의 지능화가 완료되고, 2030년에 국가 단위의 스마트 그리드가 완성될 예정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근거를 확보하고, 전력회사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지능형 전력망 촉진법(가칭)’은 내년에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5월에 그동안 각 부처별로 추진되던 그린IT 관련 계획을 통합한 ‘그린IT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IT 융합에 의한 녹색화(Green by IT)’ 과제 6개에 포함됐다.
이 내용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2년까지 1단계 과정에서는 AMI, 스마트 배전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시범 서비스를 수행하며, 2020년까지 2단계 과정에서 양방향 전력시장을 창출하고, 다양한 전력망 서비스를 생성하기 위한 개방형 전력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실증단지 구축과 스마트 미터 보급이 이루어진다.
스마트 그리드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IT 인프라와 연계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2012년까지는 AMI와 초고속 인터넷, 홈네트워크를 연동한 기술의 개발과 표준화를 통해 사용자측 인프라를 구축하고, 2013년까지는 IPTV, 홈서버, 휴대단말 기반의 사용자 친화형 디스플레이 및 전력 제어 서비스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동시에, 유무선 홈네트워크와 연계된 정보가전 및 전력 기기 제어 및 응용 서비스를 창출할 계획이다.
스마트 그리드의 산업화,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도 강화될 것이다. 실시간 전력 거래 제도 등의 법·제도가 제정, 개정되고, PLC(Power Line Communication), SUN(Smart Utility Network) 등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3년까지 3,939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고, 이로 인한 성과로 2013년까지 6,535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3,043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 5,137억원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향후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연속성을 가지려면 사업 주체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변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중전기, 전력, 통신, 가전, 자동차 등 유관 기업들로 구성된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의 출범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협회 회원사로는 LS산전이 회장사를 맡아 스마트 그리드 산업에서의 위상을 보여줬고, 한전, 전력거래소, SK텔레콤, 우암이 부회장사를 맡고, 현대중공업, 효성, 일진전기, GS건설, LG파워콤, KT, LG전자, 한국IBM, 누리텔레콤, 한전KDN이 이사사로 참여했다.
미국도 스마트 그리드 유관 기업 90개사가 참여하는 Gridwise Alliance를 구성해 업계간 소통과 대정부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 그리드가 Roadmap대로 구축되려면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일단 실시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고, 기술적 측면에서는 기존 전력망과 통합 및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하며, 기술 표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보안성 강화도 핵심 과제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망의 사고 위험을 사전에 감시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갖추게 되어 안전성이 향상되지만, 통신 네트워크와 결합되면서 해킹과 같은 보안 위협이 확대될 수 있다.
각 국 정부의 재원 마련도 관건이다. 전력 사업자들이 설비 투자를 부담하는 규모는 한계가 있고, 정부의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에 대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고, 스마트 미터도 수요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보조금 정책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산업분석> 스마트 그리드 --- 새로운 100년이 온다|작성자 맥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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