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날은 예상대로 비가 왔다. 호우주의보가 오리라는 기상예보때문에
전날 가급적이면 계획된 야외일정을 모두 소화하려고 애썼다.
숙소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매우 강했다.
TV를 켜니 오전 제주발 서울향 비행기는 모두 결항이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되니 그래도 기분이 상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제일 먼저 김영갑 갤러리를 찾았다.
제주에 매혹되어 섬에 정착한 뒤 20여 년 동안 굶주림에 시달리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사진 작업에 매달렸던 김영갑은 루게릭 병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중 지상에서의 마지막 작업으로
두모악에 작은 갤러리를 만들었다. 시골 마을 폐교 운동장에 돌을 쌓고 야생초와 억새를 심은
갤러리는 그의 사진이 그렇 듯, 꾸미지 않은 제주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비가 많이 와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아쉬웠다.
갤러리를 나와 정처없이 드라이브를 해야 했다..ㅎㅎ. 배도 고프고
그래서 도착한 곳은 말고기 식당, 이름은 바스메 식당
5만원 짜리 비싼 말고기 정식을 먹었다. 말고기 육회+말고기 구이+ 말고기 샤브샤브 로 구성되어 있는데
육회가 가장 맛있다. 가져온 와인을 여기서 마셨다. 구부러진 와인잔이 인상적이었다.
제주도의 오름이 보고 싶었다. 김영갑 갤러리를 다녀와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비가 와서 몇 개의 오름을 차안에서 감상하다
마지막으로 산굼부리를 들렸다. 이때 부터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졌다. 우비를 사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산굼부리는 가운데가 푹 파인 분화구 형태다. 이것을 '마르(maar)'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것이라고 한다.
산굼부리는 장동건과 고소영이 주연한 영화. <연풍연가>를 찍은 장소다. 나는 재밌게 보았지만 망한 영화이다.
아무튼 그만큼 풍경만큼은 아름답다는 애기다.
산굼부리 정상에서 뜻하지 않게 무지개를 보았다. 무지개는 1분여간 보이고 사라졌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무지개를 보았지만 한국에서 무지개를 보는 건 참 오랜만이다.
비가 와서 안좋은 점도 있지만 이렇게 살짝쿵 기쁨도 주는구나.
그렇게 산굼부리 관광을 마치고 다시 드라이브. 제주마 방목지를 들렸으나 비가 와서 그런지 말들은 단 한마리도 보이지
보이지 않았다. 쩝...
마지막으로 관음사에 들렸다. 제주도는 교회나 성당보다 절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기독교보다
불교가 위력을 떨치는 곳이라고 한다. 제주도는 섬을 다스리는 귀신의 종류가 1천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제주에는 '신구간'
이라고 해서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전까지 이 일주일 사이에 이사하는 풍습이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느라 인간에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때 이사를 하거나 집을 고치면 탈이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이 풍습이 남아 있어 제주에서는 이 신구간에 전세나 매매 계약, 이사 등이 많이 이루어진다.
아무튼 제주도는 교회나 성당보다는 절이 더 어울리는 듯 하다. 빛바랜 단청이 아름답고 절 안의 오래된 나무가 좋고,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풍경소리와 은은히 피어나는 향 냄새에 끌리고, 무엇보다 고즈넉함이 있다.
관광지의 많은 절들을 구경했지만 제주도 관음사의 특징은 돌부처의 숫자다...절입구과 경내의 수많은 돌불상..
이 수많은 돌불상님들에게 절 한번 올리며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빌었다.
시간이 잠시 쉬었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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