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 Culture2009. 8. 12. 12:43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본 애니메이션 영화 "업"
지금은 사라진다고 하는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보는 마지막 영화가 됐다.

여지껏 영화도 많이 보는 편이 아니었지만 애니메이션은 더 했다. 여자친구가 애기해주는 애니메이션 중
본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슈렉'까지...^^;

다시 업으로 돌아와서 대충 줄거리는 이렇다.
세상 떠난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집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있다. 어릴 때 만나 사랑하고 같이 꿈을 키워오고 그런
행복한 일상에서 아내를 잃은 그의 모습은 너무나 가련하다.
그러던 중 더 이상 집에 머물수 없는 처지가 되어 아내와 함께 꿈꾸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우연히 동행하게 된 꼬마소년과 어린 날의 우상의 일그러진 모습, 여러가지 모험을 겪으면서
그는 아내와의 추억을 아름답게 떠나보내고 멋지게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인상에 남는 장면

   .우연한 기회에 같은 우상을 섬기던 말괄량이 소녀와 만나 주인공은 그들이 소울메이트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약 4분 가량의 몽타주.
    성인으로 자란 주인공이 결혼을 하고 행복한 모습 (넥타이를 매주는 아내, 같이 산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는 부부)
    아이 갖기에 실패하고 서로 너무 안타갑고 아파하는 장면, 그 슬품을 사랑으로 치유하면서 다정하게 늙어가는 과정이
    왈츠 선율로 쫓아간다.
    이 4분 동안의 장면에서 난 그들의  설레임, 행복, 슬픔, 사랑 의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집의 의미

   .할아버지에게 집이란 단순히 사는 것 이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 곳은 아내와의 추억, 아내가 간직했던 꿈
    아내와 못다한 탐험, 할아버지의 인생이 담긴 곳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그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파라다이스 폭포에서 수십년간 칩거하며 개들을 자기의 로보트로 만들며 무지개빛깔의 새 케빈을 잡기 위해 
    미쳐있는 옛날의 우상. 어찌보면 그 새와 집은 같은 의미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지키려 했던 가치가 이제는
    그 본질을 손상해 자기파괴적이고 고지식한 낡은 유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 아닌지..
    그래서 그 파괴자적인 우상의 모습에서 할아버지는 "집은 그냥 집일 뿐이지" 하면서 집과 연결된 그 줄을
    미련없이 놓아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당신의 새로운 여행을 떠나세요

   .아내가 눈을 감기전 할아버지에게 남긴 편지의 글귀 
    할아버지가 집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우상과 싸우고 소년과 친구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족을 형성한다. 
    이것은 과거의 차별과 편견의 시선에서 포용과 융화를 통한 보다 발전적인 삶의 성장을 보여준다.
   
영상이나 그래픽도 좋지만 내용의 깊이에 있어서도 업은 돋보였다,
그냥 재밌게 울고 즐기는 것 이상의 가치를  주고 있으니까..

Posted by 무적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