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ary2012. 12. 24. 15:10

올 한해도 역시 순식간에 바람에 스치듯 지나가 버린거 같다.

매일이 바쁘고 항상 정신이 없었고, 무언가 정리되지 못한채 하루하루가 가버리는 느낌.

 

와이프는 직장생활과 육아에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고, 나 역시도 이른 출근과

늦은 야근으로 주중에는 여유를 찾을 수 없는 날들의 연속

 

주말이 되어 정신을 차리면 주중에 못했던 살림 정리도 해야 하는데,

격주로 아버지께 아린이를 보여드리러 가야 하고, 일요일의 대부분을 교회에 있다보면, 

정신없이 다시 시작되는 월요일을 맞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의 삶은 송두리째 변했다.

'여유'와 '우아' 라는 단어는 우리 삶에서 사라졌고,

회사에서 업무 들어가기 전 아침과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할 때가

어찌보면 그나마 여유와 쉼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2013년 새해에도 그 기조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바쁜 이 생활과 틈 사이에서도 의미있는 것들을

생산해내고, 없는 여유를 돌아보게끔 더욱 더 노력해야 한다.

 

정권 교체가 되지 않았다고 이민을 간다거나, 세상의 관심을 끊겠다거나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며 지낼 수는 없다.

 

사실 매우 위험한 시기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내 자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놓치고,

바쁜 일상이라는 정해진 틀 안으로 도피해서 편안하게 안주하고 싶어진다.

 

세례 1주년을 지난 현재의 내 자신의 모습은 그 1년 전보다 황폐하다.

바쁘다는 명목하에 성경과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그 때의 감동은 또 세상 속 유혹에 흔들릴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사실 지금의 내 상황을 잘 이끌고 리드해 가는게 아니라

버겁게 겨우 겨우 방어선만 지키고 있다.

 

기도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하다.

 

주님

언제나 그렇든 저는 주님 앞에 죄 많은 인간입니다.

무엇이 옳은 지 알면서도 행함에 어려움을 느끼고,

세상 속 욕심과 육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님처럼 온전하지 못한 연약하고 흔들리는 종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제가 너무도 밉고,

때로는 빨리 그 심판의 날이 와서 저를 포함한 불완전한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리길 바랍니다.

너무도 괴롭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종된 몸으로 온전한 주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당치도 않고 살면서 느껴갈 또 포기하고 싶은 저를

계속해서 붙잡고 일으켜야 합니다.

그 과정은 저의 비참함을 계속 확인하고 주님께 또 엎드리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이 과정이 즐겁지는 않습니다. 많이 괴롭고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것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주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삶을, 그리고 성경의 약속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의 세상을 살아갈 버텨갈 힘이 없습니다.

세상 속 불의를 참아낼 수도 없습니다.

현재의 어려움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주님, 역사하옵소서

삶 가운데 역사하셔서 믿음을 포기하지 않게 하옵소서

저의 모든 것을 비우게 하옵소서. 굳건하게 하옵소서

 

우리를 위해 세상에 찾아오셔서, 사는 동안 온전한 삶을 이루시고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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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적미소
The Diary2012. 8. 18. 23:59

지금 나의 상황 - 아주 졸린데, 잠은 자기 싫은 상황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아린이 같은건가.. 녀석은 깨어 있는 동안 너무 에너제틱하고,

졸음이 몰려와도 놀고 싶어 발악을 하다가 결국 꿈나라로..ㅎ

나를 닮은 건가..아냐 걘 나랑 차원이 틀리게 동적으로 에너제틱해..

난 정적으로 에너제틱..

 

군대에 있을 때 휴가를 나오면 대학교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랬는데..

그 시간이 참 행복했어..학생 때는 너무 일상적인 거라 소중하지 않고 지루했던 그 시간이

군대에 가고 나니 참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과자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군대에서는 왜 이렇게 군것질을 좋아했었는지... .

 

근데 아린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지금처럼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

그래서 졸음이 오는데도 이 시간이 너무나 아까워 이러고 있어..

그렇다고 어딜 혼자 나갈수 도 없고, 책 좀 읽고 졸음을 견디기 위해 글을 쓰고 있어.

 

아이는 너무도 이쁘지만, 그로 인해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게 왜 이리 아쉬운지..

최근에 깨달은 것처럼 난 정말로 그렇게 괜찬은 녀석, 아빠, 남편, 하나님 아들이 아니라는 것..

모가 그렇게 억울하고, 손해보기 싫어하는지..아이를 가지고 나서 내 한계가 바닥을 찍는 기분.

 

한 3주 전 주말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아..정말 너무 행복했어.. 친구들 만나면 항상 유쾌하고 재미있었지만, 그날 따라 왜 이리 재밌던지

유진이가 아린이 보러 빨리 집에 가자고 해서 왔지만. 왜 이리 집에 가기가 싫던지..조금만 더 있고 싶은 마음

 

사람이 그런건지, 내가 그런건지, 옆에 그 소중한 것, 소중한 시간들이 널려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꼭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서야 그게 참 가치있고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 깨닫곤 해.

그게 아니면, 그 소중한 것의 가치, 의미 부여는 경제학의 원리 처럼 희소성으로 부여되는 건가?..

지금 나에게 가장 희소한 것이 더 소중한 것처럼 의미가 부여되는...

나만의 시간, 친구들과의 수다. 이건 지금 나에게 희소성이 있으니까..

 

어제 수퍼스타K4에서 선천적 병으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를 가진 격투기 아버지 사연이 있었어..

그 아버지에겐 내가 지금 하루에도 30번 넘게 아린이에게 듣는 '아빠'라는 그 말 한마디가 희소성이겠지.

그거 보면서 참 눈물이 나왔는데, 누군가에는 너무 소중하고 귀중하다 못해 눈물로 점철되는 순간들이 나에겐 일상이라는 사실..

너무 속상하다..   

 

아내가 방에 들어왔어.. 장모님 방에서 아린이 재우다가 옆에서 잠들었는데..막 깨서 들어오면서 신경질 내고 있어.

억울하다고, 자기도 책 읽고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말하며, 이내 다시 쓰러져 자고 있어.

귀엽다. ㅎ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이 시간들, 매 순간들이 모두 소중해.

우리가 몰라서, 또는 너무 풍부해서, 또는 너무 단조로워 지나치는 이 순간 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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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적미소
The Bible2012. 7. 15. 19:00

 

예전에 신입사원 교육에 팀장님을 대신해 들어간 적이 있다.

회사 및 팀 소개를 하는 시간인데, 전반적인 회사 사업에 대한 설명과 우리 팀의 업무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겪을 회사 생활에 대한 신입사원으로서의 자세, 선배로서의 조언 등을 하였다.

그 때 난, 신입사원 중에 종교가 기독교인 친구가 있는지 묻고, 종교가 없는 친구들을 위해

내가 신앙을 갖게 되면서 변화하게 된 것들,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 가져야 할 덕목 중에서도

'손해볼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강조했다.

 

그리고 교육을 끝내고 나와서는 내가 너무 오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시간을 더 들여 신입사원들에게 민감한 종교 얘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들이 날 신앙에 빠진 고리타분 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난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회사생활의 선배로서 겪어왔던 길들을 이 신입사원들도 걸을 것이고, 거기서 힘들고, 지치고, 혼란스러울 때가 반드시 올 것이고, 그런 때에 오늘 내가 한 말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지금은 이해가 안될지 몰라도 언젠가 저들 중 누구 하나라도 머리 속을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길 바라면서..말이다.

 

최근 해외 학부생 인턴십이라 해서 6주 동안 우리 회사에 일하게 된 친구들이 있다.

우리 팀에도 2명이 왔는데 홍콩대학교 다니는 여자 인턴과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 다니는 남자 인턴 이렇게 2명이다.

이 두 친구는 모두 내년 5월에 졸업을 하는데 졸업 전에 이렇게 인턴과정으로 회사 생활을 미리 실습(?)해 본다.

안그래도 나와 팀장으로 단촐하게 이루어진 우리 팀에 이렇게 글로벌 핫 영 인턴들이 와서 나는 너무 기뻤다.

우리 팀에 배치받은 첫 날 두 친구에게 종교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가장 처음 한 질문이기도 했고, 나는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궁금했다. 두 친구 모두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종교 이야기도 하였다.

홍콩대학교를 다니는 여자 인턴은 집안 환경이나 친구 관계에서나 쉽게 기독교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고,

일리노이 대학교를 다니는 남자 인턴은 중/고등학교 모두 기독교가 친숙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환경이었지만 교회를 열심히 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나약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아직 젊고 무언가 스스로 열심히 해서 성취감을 얻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최근 교회에서 고린도전서 설교를 들으면서, 내가 왜 내 후배들의 종교와 삶에 관심을 가지는 지, 그리고 내가 왜 교회를 다니는 가 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알다시피, 지금의 내 아내와의 만남이 내 교회생활을 출발점이었고, 그 이후에 꾸준한 예배와 모임, 그리고 삶속에서 느꼈던

스스로의 고민들을 나는 지금의 교회를 다니면서 이해하기 시작했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도, 성경의 말씀이 옳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 군대에서 진중세례를 받았지만, 내 스스로 생각과 고민 속에서 진정성 있는 세례를 받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내 딸에게 온전히 세례받은 부모 밑에서 결핍되지 않는 유아세례를 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세례 전 학습교인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도 이렇게 흔들리고 연약하고 죄로 뒤덮힌 내가 감히 세례받을 자격이 있는가 였고,

세례일 전까지도 마음 가득 무거운 짐을 진 것처럼 답답했다.

그 무거움 속에는 여전히 죄 많은 나와 더불어 내 믿음의 확신 정도가 어디까지냐 였다..

 

설교 말씀처럼 내가 지금까지 지나온 길들, 일요일 아침을 투자하며, 나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나의 후배들의 삶 속에 하나님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모두가...

성경의 말씀이 거짓이고,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예수님의 부활이 사기라면, 나는 정말 허무한 삶을 산 사람이 된다..

모르겠다. 그래도 건강하고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살려고 애쓴 시간으로 보아 반쪽이라도 건질 수 있겠냐고 위로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 시간만큼 비효율적인 인생을 산 것이다.

말씀처럼 좋은 집안에 뛰어난 능력도 있어 남부러울 것 없이 즐기고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죽는 삶을 선택했던 사도 바울은... 기독교가 사기라면 역사상 가장 불운한 바보가 된다.

 

기독교가 사기라면, 지금 이 세상에서 돈과 권세 앞에 떵떵거리며 사는 그들 모두가 가장 성공한 삶을 산 사람들이겠다.

아랫사람을 짓밟고, 부속품 처럼 여기며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과, 거짓말을 일삼고, 남의 것을 강탈하며 가진 것을 향휴하며 즐기 줄 아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고 효율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겠다. 

 

기독교라는 종교 없이도 깨끗하게 도덕적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노력 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사람 안의 양심과 도덕성 - 이 것 역시 쉽게 흔들리는 것임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믿기에 보이는 것을 믿는 사람에겐 구차한 설명이 될 수도 있겠다. 나 역시 그랬던 사람이기에..

그리고 지금도 그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두렵지만, 분명한 건 보이는 것을 믿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하나님에게 의지하고자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성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더 욕심내지 않기 위해,  더 손해보는 삶을 위해, 자꾸 자꾸 튀어나오려 하는 내 죄성을 죽이기 위해 교회를 간다.

내가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지를 깨닫기 위해, 내가 얼마나 더러운 육신을 가진 부족한 인간인지를 깨닫기 위해 교회를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죄를 대신하신 예수님께 감사하기 위해 교회를 간다. 

 

 

2012.07.15

 

 

 

 

Posted by 무적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