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ary2009. 5. 29. 09:03

그랬다.
그냥 TV 에 살아생전 당신의 모습들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뭉클해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당신의 별명처럼 당신은 참 바보였기 때문이다.
정치인 중에, 그것도 대통령을 했던 사람 중에 이토록 바보인 이가 또 있을까..

난 당신이 돈을 받았던 받지 않았던 그 사실에 괴로워 해 자살을 한 것에 대해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의 법과 정치는 당연히 그런 비리와 청탁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지 않는가?
그것 없는 정치는 가능하지 않은 나라가 아니던가?
정치를 하게 된 이상 돈은 당연히 받는 것이고
차이는 돈을 적게 받던지 많이 받던지 그 차이 뿐 아닌가?.
나는 당신 역시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대한민국 정치판이기 때문에.
당신은 이 정부와 조용히 타협하면 됬다.  
퇴임후 이 정부에게 나의 과오를 용서해달라고 하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겠다고 말하면 되었다.
속물에 의한, 속물을 위한, 속물의 정치. 이게 정치이고 그래서 그 권력과 돈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진실을 왜 당신 혼자 모르고 자살까지 한단 말인가..
왜냐면 당신은 바보니까.

검찰과의 대화에서 당신은 평검사로부터 청탁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때 한 말 "이쯤 되면 막하자는 거지요"
그래. 이 말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조용히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 불러다가 짜르라고 애기하면 된다.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런 검찰과의 대화를 공개적으로 하지도 않는다.
공개적으로 한다 해도 평검사의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오지도 않는다. 왜냐면 그 말을 하는 순간 짤릴거라는 아니깐.
검찰과 정말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고 싶었던 당신, 당신 참 바보다.

하지만 당신은 운도 참 좋았다. 나는 솔직히 당신이 16대 대통령이 될 거라곤 꿈에도 예상치 못했으니까..
그것도 서울법대에, 대법관에, 감사원장에, 국무총리까지 지낸 최고 엘리트 주류 정치인을 제치고...
"꿈은 이루어진다...."
이 승리는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진출보다 100만배, 1,000만배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지방군수를 행자부 장관에, 여성에게 법무부 장관, 총리를 맡기고, 검찰과 언론을 상대로 맞짱을 뜨고
당신은 계속해서 미친 짓을 해댔다.
개혁이라는 것은 주류와 타협해서 가야 하는거다...가만히 당할 그들이 아니기 때문에..그들을 적으로 만들었으니 그들은 
못마땅한 당신을 계속해서 죽이려고 할거고, 트집을 잡을거고, 못살게 굴거고, 당신이 하는 모든 일들이 실패하게끔
노력했을거니까.. 그래서 결국 탄핵사건까지 가게 된 것이고....  
정치민주화보다 경제민주화가 더 급한 서민들은 그때부터 당신에게 많이 실망했거든...
그들은 마찬가지로 지금의 이명박 정부에게 청렴결백 그런거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잘먹고 잘살게 경제만 일으켜 주면 참 정치 잘하는 대통령이라며 만족해 할테니..
당신은 너무나 바보처럼 순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그립고, 눈물을 흘리고 애도하는 건..
당신의 그 바보같음 때문에..
아닌 건 아닌 거라고 권력에게 당당하게 외치는 당신...그 때문에 너무나 통쾌했거든...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비주류들은 대리만족을 느꼈거든..우리를 대변해 주는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주류를 누르고 대통령이 된 당신을 보면서, 고졸 서민 출신도 정직하게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거든.

가진 자보다 가지지 못한 자들의 편에 서는, 강한 자에 강하고 약한 자에 약한 당신의 그 무모함을 이제 다시는 볼수가 없어서..
안타깝고 너무 그립지만 이제는 정말로 편히 잠들기를...

당신의 마지막을 보면서도 계속해서 바보짓을 할 사람들이 아직 이 땅에는 있을테니...
그런 바보들이 잘 사는 세상이 오길 나 역시 바라기 때문에..

바보 노무현, 당신을 보내며..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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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적미소